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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땡구리's Diary

화학적 유산 후 소파술에 입원까지?!?! / 병원의 과잉진료

by 땡구리92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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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좋지 않은 일이지만 나처럼 당하는 산모들이 없었으면 하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2년 정도 서랍에 묻어두었던 산모수첩
오랜만에 다시 펼쳐본다
 
 
우리는 2020년 2월에 결혼했고
생각지도 못하게 그 해 10월에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
처음이라 너무 기뻐서 테스트기 확인 하자마자 병원으로 곧장 달려갔고
아기집이 나온 초음파 사진은 양가 부모님들께 바로 보내고
임신 사실을 알렸다.
이때는 그게 섣부른 판단 일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2주 후
.
.
병원방문을 하고 나에게 엽산대사이상이 있다는 결과를 듣고
엽산을 처방받고 링거 주사를 맞았다.
처방받은 엽산을 열심히 챙겨 먹으며 우리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로부터 몇일 후
.
.
이 날은 친구와 약속이 있어 나가려던 찰나에 
살짝 갈색혈이 비쳤다.
걱정되는 마음에 친구와 함께 잠깐만 병원에 들렀다 가자고 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가벼운 마음이었다.
(괜찮겠지.....)
병원에 왔다는 나의 소식을 들은 요미는 일을 제쳐두고 바로 달려왔고 우리는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실로 들어가 초음파를 확인하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의사 선생님의 왈 
"아기가 심장이 안 뛰네요...."
"계류유산으로 의심되고 수술 일정 잡는 게 좋겠어요"
 
나는 진료실을 나서는 순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충격 그 자체
지금에서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충분히 알지만
그때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집으로 돌아 온 후 나는 그냥 침대에 얼빠진 채로 누워만 있다 잠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새벽....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배가 아프기 시작했고 열이 났다.
하필 코로나가 제일 심한 때라 
응급실에 달려가도 고열이라 진료 받을 수 없었고
심지어 들어갈 수 조차 없어 병원 밖 컨테이너에서 진통제를 맞으며 대기했다.
그렇게 무한 대기 후 다음 날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후 처치가 끝나고 바로 집으로 왔다.
 
 
이 사실을 또 양가 부모님께 알려야 했고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더 마음이 쓰렸다.
우리는 다음 임신 때는 절대 미리 알리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흐르고
이번에는 힘겹게 다시 아기가 찾아온 듯했고
이미 그 전의 아픈 경험이 있기에 우린 들뜨지 않았다. 
계획 임신이라 집에 여러 개 사놓은 테스트기로 매일 아침 확인했다.
 
이전과 조금 다른 결과......
 

 
물론 진하기는 같은 테스트기로 확인해야 한다지만 이렇게 연해질 수 있나....??
난 체념했다.
 
그다음 날 피 비침이 생리대를 해야 할 만큼 많았고 혼자 병원을 갔다.
이번에는 다른 종합병원을 갔다.
역시나 초음파 결과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고 월요일에 다시 초음파를 보고 입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피검사만 하고 집으로 왔고
일요일에는 그냥 생리하듯 통증과 피가 나왔다.
 
이미 우리 부부는 체념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긍정적이었다.
어차피 버티지 못할 아기였으니 다음에 더 튼튼한 아이가 찾아올 거라 생각하며 맛있는 거 먹으며 주말을 보냈다.
.
.
월요일 병원방문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
 
의사 선생님 : 출혈은 좀 어때요?
나 : 생리하는 거처럼 나오긴 하는데 생리보단 양은 많은 거 같아요.
의사 선생님 : 초음파로는 보이지 않지만 놔두면 계속 출혈이 있을 수 있으니 수술합시다.
밖에서 설명드릴게요
 
나는 병원에서 일할 때 아주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하는 환자를 굉장히 싫어했기 때문에 그냥 의사말에 순순히 따랐다.
 
입원 수속을 밟고 병실에 들어오는 순간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걸로 입원까지 해야 하나....??
병원 너무 불편한데... 잠도 편하게 못 잘 텐데... 당일 퇴원 하고 싶다고 얘기해야겠다.)
 
나는 당일 퇴원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의사가 "굳이 왜? 입원하고 그냥 내일 아침에 피 검사 하고 그렇게 퇴원합시다"라는
너무나도 단호한 말투와 간호사 두 명에 의사 한 명까지 3명에서 침대에 있는 나를 둘러싸서 보고 있는데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는 3명의 얼굴만 번갈아 쳐다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네..."라고 대답해 버렸다.
 
 
그렇게 소파술을 받고 저녁밥까지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새벽에 너무 잠이 안 와서 이것저것 맘카페를 탐색하기 시작
.
.
'화유(화학적 유산) 소파술'
'화유 증상'
'화유 후 임신준비'
.
.
이러다 알게 된 사실
화학적 유산은 유산으로 보지도 않고 착상이 되지도 않은 상태로 흘려내려 버렸기 때문에 그냥 늦은 생리로 볼 수 있다.
화학적 유산은 착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파술이 필요가 없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난 2년 전 계류유산 때도 입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화유로 소파술에 입원까지........
지금 뭐 하는 건가???
아무리 맘카페를 뒤져봐도 화학적 유산으로 소파술을 하는 경우는 아주아주 드물었다.
그리고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초음파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술해 보니 아주 약간의 찌꺼기가 나왔네요" (내가 느끼기엔 아주 변명 같은 말)
저 말로 짐작해 보아 분명히 나는 수술이 필요 없는 케이스였다.
 
 
나는 너무 짜증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아침 7시부터 나는 퇴원시켜 달라고 했다.
 
내가 굳이 따져서 뭐 하겠는가...
어차피 이미 수술하고 입원까지 한 거 되돌릴 수도 없고
간호사들 입장에서야 변명이나 대겠지...
필요하니까 했다고 하겠지
나는 따질 가치도 없고 그냥 모르는 내가 죄다 싶었다.
최대한 빨리 퇴원시켜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제야 이해했다.
왜 환자들이 이것저것 검색해 보고 오는지...
나는 하지도 않아도 될 수술을 하고 입원까지 하며
30만 원 정도의 병원비가 나왔다.
심지어 산부인과는 실비보험도 되지 않는다.
100만 원 이상의 거금(?)이 아니긴 하지만 쓰지도 않아도 될 돈을 썼고 기분도 아주 불쾌해서 너무 그 돈이 아까웠다.
 
이미 돌이킬 수 없기에 우리 부부는
"앞으로는 당하지 말자 자궁이 깨끗해졌으니 다음을 기대해 보자"
라고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아는 것이 힘
또 한 번 몸소 느끼게 되었다.
나처럼 병원상술에 당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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